2020 호주 워킹홀리데이-* (2020.12.30~)
와이파이가 없는 리조트에서의 삶이란.. 견디기 조금 힘들구나...ㅠ 무튼! 리조트에 일하러 들어온 지 어느덧 일주일도 더 넘는 시간이 흘렀다. 흠.. 리조트 생활은 뭐.. 그냥저냥 할만한 것 같기도하고.. 조금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일단 내가 일하는 리조트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우선 내가 리조트 일자리에 지원한 건 멜번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멜번에서 시티잡 구하겠다고 두 달여간 고분분투하면서 여기선 자리 못잡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좀 막연하게 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지역이동까지는 심히 고려했던건 아니었는데, 일단 시티잡을 못구하면 바나나농장이라도 가야지란 생각을 했었다. 왜 하필 바나나농장이냐면.. 내가 뉴질랜드에서 워홀할 당시 제일 처음 구했던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언니께서 호주워홀을 먼저 하셨었는데, 그때 바나나농장에서 재밌게 일한 경험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이 기억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ㅋㅋ;; 무튼! 그러면서 호주워홀 일자리에 대해 찾아보던 중 어느 네이버 블로그에서 여기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리조트에 일했던 어느 한국인분이 글을 남긴 것을 보았고, 그 분의 글은 나에게 리조트생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 그래서 일자리 사이트 다 뒤져서 리조트 일자리를 찾았고, 완전 이건 신이주신 기회란 생각에 바로 지원을 했었다. 그때가 아마.. 1월 중순쯤..? 그러고나서 메일 확인을 해보니 내 지원서는 읽어놓고 답이 없더라.. 그래서 그냥 리조트는 떨어졌구나..하고 그냥 또 손놓고 지냈다. 그런데!! 메일 읽씹당하고 정확히 일주일 뒤인 1월 28일 목요일날, 도서관에서 하라는 공부도 안하고 일자리 찾는것도 포기하고 그냥 한국어책이나 읽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거다. 원래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잘 안받는 타입이라 그냥 씹고 말았는데, 보이스메세지에 그냥 일반 메세지까지 와서 확인해보니 내가 지원했던 리조트에서 온 전화였다. 전화영어는 정말 잼병이라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하다가 어차피 내 얼굴도 모르는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고 바로 전화인터뷰(?)가 시작됐다.
뭐.. 별로 물어보는 건 많이 없었다. 그냥 형식적인 비자질문, 운전면허가 있느냐, 우리 리조트에 대해 아는게 있느냐, 지금 어디에 머무르고 있냐, 6개월 계약으로 일할건데 괜찮으냐.. 뭐 등등이었다. 전화로는 한 십오분정도 통화했던 것 같고 질문했던 분이 내가 영어가 잘 안되는걸 알았는지 되게 천천히 또박또박 편하게 말을 해주셔서 그냥 떠듬떠듬이나마 대답을 할 수 있었고, 그 전화로 바로 인덕션 날짜까지 잡고 지역이동을 하게 된거다. 솔직히 인덕션이면 그냥 일 붙은거나 마찬가지란걸 저번 공장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인덕션까지하고 일 못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을 조금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뭐.. 보다시피 인덕션이후 바로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리조트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 내가 지원했던 분야는 Room Attendant라고.. 뭐 쉽게말해 하우스키핑잡이다^^;;. 청소하는거 뭐 어려울게 있겠나..싶어서 만만하게 봤는데... 일주일 조금 넘게 일해보니.. 이게.. 쉽기만 한 건 아니구나.. 싶다. 방마다 다르지만 방 하나를 30분이나 45분 만에 청소를 다 끝내야하는데, 화장실부터 키친, 침대만들기 먼지닦기 바닥 청소기 밀고 걸레질까지 다 하면 적어도 방 하나에 1시간은 걸리더라.. 빨리해도 50분..?ㅠㅠ 난 초짜라 이번 주까지 거의 2명이서 같이 방을 청소했지만.. 이제 점점 혼자 청소하게 되니까 더 마음이 급해지고.. 늦게 끝낼까봐 무섭기까지 하더라..ㅠ
뭐.. 솔직히 일이야 처음이라 그렇지 적응되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생각했던 리조트 생활과는 먼 듯한 느낌이라 조금 아쉽다. 나는 정말 외국인 친구들과 다같이 하하호호~이런 그림을 꿈꾸면서 들어왔는데... 뭐.. 다들 눈파란 외국인들이라 다가가기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영어도 잘 안되는 처지라.. 내가 먼저 못다가가니까.. 먼저 다가오는 친구들도 없고..ㅠ 왠지 뭔가 인종차별하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고.. 인종차별이 아니라 언어차별 일 수도 있고...^^; 아님 이 두 개 콤보일 수도 있겠다. 암튼 그래서 좀 위축이 된다. 물론 안다. 내가 영어가 안되니 먼저 영어실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성격을 고쳐서 되든 안되든 먼저 말걸고 그래야한다는걸.. 근데 그게 진짜 죽어도 안되는걸..ㅜ 정말 나 외국에서 어떻게 이 날 이때까지 살고있는건지.. 도무지 이해불가다;;;.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6개월동안에는 정말 죽어라 영어만 팔 생각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영어로 대화 술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영어로 더이상 고통받지 않으리라..!! 어차피 와이파이 유목민에 데이터 거지라.. 여기선 할 것도 없다. 영어 정말 빡씨게해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거다!! 아자아자!!
아, 그리고 리조트 환경은 꽤 만족스럽다. 정말 내가 원했던 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고 저녁에 날 좋을 때면 바다 저 지평선 너머 노을을 바라보며 산책도 하고~ 날 좋을 때는 일 끝나고 바다 수영도 실컷하고~ 바로 뒤에는 숲으로 둘러쌓여있어서 한번씩 산책을 나가도 좋을 것 같다.(아직 산 쪽으로 산책은 안가봄) 더군다나 더 좋은 점은 완전 좋은 1인실로 숙소를 배정받았다는거다. 몰랐는데 스텝마다 배정받는 방이 다 다르다고 하더라. 근데 난 운좋게도 이 리조트에서 제일 좋은 것 같은 방으로 배정을 받았다. 내 방에는 샤워실,화장실이 따로 붙어있고 냉장고, 에어컨, 티비까지 갖춰져있다. 그리고 식사도 삼시세끼 스텝밀이 제공된다. 물론 숙소비와 식사+전기+물 등등은 공제되는거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이백여불에 산다고하면 난 괜찮은 조건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비싼거 아니냐고들 했지만 난 시티에 살았어도 이정도는 방값+식비로 나갔을거라 생각하니.. 괜찮은 조건같다. 시티에서 1인실 살았다면 지금 내는 돈보다 더 많이 내지 않았을까..? 근데... 여긴 시티가 아니긴 하지...^^;; (그럼 좀 비싼걸까나..)
무튼 이렇게 리조트 생활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모르겠다 일은 괜찮지만 사람들에게 지치면 뭐.. 6개월 못채우고 떠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냥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순 없다는 생각과 눈 파란놈들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에 임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그냥 6개월은 채우지 않을까...?ㅎㅎ;;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긴하니까 말이다. 내가 또 언제 이렇게 외국사람들 천지인 리조트에서 일을 해보겠냐~ 너무 걱정은 하지말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봐야지! 무튼! 호주 워홀 제 2막은 이렇게 리조트 생활로 막을 열게 되었다! (멜번에서 두 달간 논 건.. 그냥 뭐.. 홀리데이 즐긴거라 봐야지..^^) 여기서 6개월이 지난 후에 난 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참으로 궁금해진다.